그린프로그서울 블로그 102편 ·

"거의 다 됐어요"는 일정이 아닙니다
중국 공장 발주서(PO) 작성과 생산 진척 관리 - 필수 항목부터 WIP 트래킹, 지연 조기 경보까지

안녕하세요, 그린프로그서울입니다.

"납기 언제예요?" "괜찮아요, 거의 다 됐어요."
"발주서에 45일이라고 썼는데 왜 60일째인가요?"
"컬러를 바꾸기로 카톡으로 얘기했는데 왜 예전 색으로 만들었죠?"
"자재가 늦어서 2주 밀린다는 걸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수입 사고의 상당수는 품질이 아니라 일정에서 터집니다. 그리고 일정 사고를 뜯어 보면 원인이 대개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발주서에 적혀 있어야 할 게 안 적혀 있었고, 생산이 도는 6주 동안 수입자가 받은 정보라고는 "잘 되고 있어요" 한 줄뿐이었던 겁니다. 문제가 드러나는 시점은 늘 출고 직전이고, 그때는 이미 손쓸 카드가 항공 전환밖에 남지 않습니다.

오늘은 발주서(PO)와 생산 진척 관리를 다룹니다. PO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왜 모든 변경에 새 리비전과 서면 회신이 필요한지, 45일짜리 생산을 어떻게 마일스톤으로 쪼개는지, 공장에서 주 1회 받아야 할 WIP 보고 양식은 어떻게 생겼는지, 지연을 미리 알려 주는 신호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각각 무슨 뜻인지, 그리고 지연이 확정됐을 때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손실이 가장 작은지까지 정리하겠습니다.

납기는 공장이 지켜 주는 게 아니라 수입자가 관리하는 겁니다. 관리한다는 말의 실체는 재촉이 아니라 주 단위로 숫자를 받아 두는 습관입니다. 숫자가 들어오는 거래에서는 지연이 3주 전에 보이고, 안 들어오는 거래에서는 출고 3일 전에 보입니다.

안내 이 글은 2026년 9월 13일 기준의 일반적인 중국 생산 발주·진척 관리 실무를 정리한 정보입니다. 본문의 리드타임 일수, 마일스톤 배분, 결제 비율, 지연 배상 요율 같은 수치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대표값이자 가정치이며, 실제 값은 공장 규모·품목 특성·계약 조건·시즌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법적 효력이 걸린 조항은 실제 계약 전 전문가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1. 발주서는 계약서가 아니라 작업 지시서입니다

이 둘을 섞어 쓰다 사고가 납니다. 계약서는 분쟁이 났을 때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정하는 법적 틀이고, 발주서는 이번 한 건을 어떻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실무 문서입니다. 계약서에 "품질은 합의된 기준에 따른다"고 써 두는 건 정상이지만, 발주서에 그렇게 쓰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발주서에는 그 "합의된 기준"이 도면 번호와 리비전으로 특정돼 있어야 합니다.

거래 구조와 법적 조항 자체는 12편의 OEM·ODM 계약서 편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볼 것은 그 위에 얹히는 실무 지시, 즉 공장 생산관리 담당자가 읽고 그대로 움직일 수 있는 한 장입니다.

현장에서 오가는 PO를 보면 품명·수량·단가·납기, 이렇게 네 줄이 전부인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 네 줄로는 분쟁을 못 막습니다. "그 사양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잖아요"에 공장이 "우리는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다"고 답하면 거기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장 PO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

구분기재 항목안 적었을 때 벌어지는 일
사양제품 도면 번호 + 리비전(예: GF-2601 Rev.C), 승인 샘플 번호, 컬러 코드(팬톤)공장이 이전 버전으로 생산, 컬러 오차 분쟁
포장입수량, 내박스·외박스 치수와 재질, 라벨·바코드 위치, 인쇄 파일명박스가 커져 컨테이너 추가, 라벨 누락으로 통관 지연
검사AQL 수준(예: Major 2.5 / Minor 4.0), 검사 주체, 불합격 시 처리재작업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다툼
납기기준일 정의(공장 출고일 / 선적일 / 입항일 중 하나), 날짜"납기 지켰다"의 뜻이 서로 다름
지연LD(지연 배상) 요율과 상한, 기산일지연에 아무 비용이 안 붙어 우선순위에서 밀림
선적부분선적 허용 여부, 허용 시 최소 로트공장이 임의 분할 출고, 운임 두 번 발생
결제조건과 마일스톤 연동(예: 계약금 30% / 검사 합격 후 60% / 선적 후 10%)잔금을 이미 줘서 협상 카드 소진
자재사급 자재 목록·도착 예정일·검수 방식, 잔여 자재 귀속사급 지연 책임을 수입자가 뒤집어씀
자산금형·지그 소유권, 보관 책임, 반출 조건공장을 바꾸려는데 금형을 못 빼옴

표의 항목 하나하나가 실제 분쟁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특히 아래 세 가지는 빠뜨리는 빈도가 높은데 대가는 큽니다.

납기 기준일 정의. "10월 20일 납기"라고만 적으면 공장은 자기 창고에서 물건이 나가는 날로 읽고, 수입자는 부산항 도착일로 읽습니다. 그 사이에 트럭 이동 2~3일, 부킹 대기 3~7일, 해상 운송 5~12일이 통째로 들어 있습니다. 발주서에는 "납기는 공장 출고 완료일(Ex-Works) 기준"처럼 한 줄로 못 박아 두세요.

지연 배상(LD) 조항. 요율은 보통 지연 1일당 오더 금액의 0.3~0.5%, 상한 5~10% 선에서 정합니다. 실제로 이 돈을 받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넣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공장 사장 입장에서 지연에 값이 붙은 오더와 안 붙은 오더가 나란히 있으면 값이 붙은 쪽부터 밀어 주기 때문입니다. LD는 배상금을 받으려는 조항이라기보다 생산 라인에서 우선순위를 사는 조항에 가깝습니다.

금형과 잔여 자재 귀속. 금형비를 우리가 냈어도 발주서나 계약서에 소유권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공장은 "우리 공장 자산"이라고 주장합니다. 남은 원부자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급으로 넣은 부자재가 500개 남았을 때 그게 누구 것이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미리 적어 두지 않으면, 다음 오더 때 "그건 이미 소진됐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PO 하단에 이 두 줄을 넣으세요 "본 발주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양 변경은 서면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없으며, 무단 변경분은 인수를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본 발주서 수령 후 2영업일 이내에 서명·날인하여 회신하지 않으면 발주가 확정되지 않는다." 두 줄이면 나중에 "우리는 좋은 재료로 바꿔 준 건데요"라는 답변에 대응할 근거가 생깁니다.

2. PO 넘버링과 리비전 관리

발주서는 살아 있는 문서입니다. 수량이 바뀌고, 컬러가 추가되고, 납기가 조정됩니다. 이때 원본 파일을 덮어쓰면서 "수정했습니다" 하고 다시 보내면 몇 주 뒤 아무도 어느 버전이 최종인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PO 번호는 절대 바꾸지 않고, 변경이 생길 때마다 리비전만 올립니다. 예를 들어 GF-2609-01은 그대로 두고 Rev.0 → Rev.1 → Rev.2로 갑니다. 문서 첫 줄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한 줄로 적어 두면 나중에 이력을 되짚기가 훨씬 쉽습니다.

리비전발행일변경 내용공장 회신
Rev.09/1최초 발주 — 3,000개, 납기 10/169/2 서명 회신
Rev.19/5컬러 추가(네이비 500개), 총 3,500개9/6 서명 회신
Rev.29/18사급 자재 지연 반영, 납기 10/16 → 10/249/19 서명 회신

구두 합의가 왜 무력한가

중국 공장과 일하다 보면 위챗 음성 메시지나 전화로 협의하는 일이 잦습니다. 빠르고 편해서 그렇게 되는데, 문제는 나중에 그 합의가 아무 힘도 못 쓴다는 데 있습니다.

이유가 몇 겹입니다. 통역을 끼고 나눈 대화는 뉘앙스가 반드시 어긋나고, 우리가 "다음 주 화요일까지"라고 들은 말이 상대에게는 "다음 주 안에"로 남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인수인계는 문서로만 되니 구두 합의는 통째로 증발합니다. 무엇보다 중국 공장 조직에서 영업 담당자가 사장이나 생산부장의 결재 없이 답한 내용은 사내에서 구속력이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된다"고 해 놓고 공장 내부에서는 아무 지시도 안 내려간 상태가 실제로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PO Acknowledgement, 즉 발주 승인 회신을 받아 둡니다. 서식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보낸 PO를 그대로 출력해 회사 도장(公章)을 찍고 담당자가 서명해 스캔으로 돌려주면 됩니다. 이 한 장이 있으면 나중에 "그런 조건인 줄 몰랐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무 요령 하나. 위챗으로 뭔가 합의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오늘 합의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맞으면 '확인'이라고 회신 주세요"라고 중국어와 한국어를 함께 적어 채팅창에 남기세요. 상대가 "确认" 두 글자만 찍어도 채팅 기록이 증빙이 됩니다. 리비전 발행은 그 뒤에 하면 됩니다.

회신 없이 생산이 시작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마세요 "어차피 만들고 있으니 서명은 나중에"라고 넘어가면, 그 오더는 끝까지 서명이 안 됩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들이밀 수 있는 문서가 한 장도 없습니다. 계약금 송금 전에 서명된 PO를 받는 것을 절차로 굳히세요. 돈이 넘어가기 전이 수입자의 협상력이 가장 높은 순간이고, 이후로는 계속 떨어지기만 합니다.

3. 생산 일정을 마일스톤으로 쪼갭니다

"45일 걸립니다"라는 답변은 관리 대상이 아닙니다. 45일 동안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니까요. 44일째까지 "잘 되고 있다"는 말만 듣다가 45일째에 "2주 더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는 구조입니다.

덩어리를 쪼개야 관리가 됩니다. 생산은 대개 아래 일곱 단계로 나뉘고, 각 단계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산출물이 있습니다.

단계D-day기간확인 증빙
1. 원부자재 발주D+0 ~ D+33일자재 발주서 사본, 공급사명·납기
2. 자재 입고D+4 ~ D+1512일입고 사진, 입고율(%), 자재 검사 결과
3. 초도 생산(파일럿)D+16 ~ D+194일파일럿 샘플 사진·실물, 승인 회신
4. 본생산D+20 ~ D+3617일주간 WIP 보고, 누적 생산 수량
5. 포장D+37 ~ D+404일포장 완료 박스 수, 라벨 사진
6. 검사D+41 ~ D+433일검사 리포트, 합격 판정
7. 출고D+44 ~ D+452일패킹리스트, 적입 사진, 봉인 번호

총 45일짜리 리드타임을 이렇게 쪼개 놓으면 관리 포인트가 분명해집니다. 표에서 가장 중요한 칸은 D+15의 자재 입고율입니다. 이 시점에 자재가 60%밖에 안 들어와 있으면 본생산 시작이 밀리고, 뒤 단계는 압축할 여지가 거의 없어 지연이 그대로 납기까지 이어집니다. 반대로 이 시점에 문제를 잡으면 아직 30일이 남아 있어 손 쓸 방법이 여럿입니다.

초도 생산(파일럿) 단계를 건너뛰지 마세요. 전체 수량의 1~3%를 실제 양산 라인에서 먼저 돌려 보는 절차인데, 여기서 나온 문제를 본생산 전에 잡으면 며칠이면 되고, 못 잡으면 3,000개를 전수 재작업하게 됩니다. 공장은 대개 "샘플 승인했으니 그냥 갑시다"라고 하는데, 승인 샘플은 숙련공이 손으로 만든 물건이고 파일럿은 라인에서 나온 물건이라 결과가 다릅니다.

마일스톤 날짜는 공장이 적게 하세요 우리가 일정표를 짜서 통보하면 공장은 "네" 하고 지키지 않습니다. 반대로 빈 표를 보내 각 단계 완료 예정일을 공장이 직접 채우게 하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자기가 적은 날짜라 지연됐을 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생기고, 표를 채우는 과정에서 공장 스스로 자재 리드타임을 계산하게 되어 무리한 납기를 처음부터 부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표를 받아 검토하고 확정하는 것뿐입니다.

4. WIP 트래킹 - 주 1회 숫자를 받습니다

"거의 다 됐어요(差不多了)"는 데이터가 아닙니다. 이 말은 생산이 90% 끝났을 때도 나오고, 자재가 아직 안 들어와 아무것도 시작 못 했을 때도 나옵니다. 검증할 방법이 없는 문장을 근거로 우리 쪽 물류와 판매 일정을 잡는 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대안은 단순합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양식으로 숫자를 받는 겁니다. 항목이 고정돼 있으면 채우는 데 5분이면 되고, 주차별로 나란히 놓으면 추세가 보입니다.

주간 생산 진척 보고 양식

항목W1W2W3W4
자재 입고율(%)35%78%100%100%
생산 완료 수량004201,150
누적 진척률(%)0%0%14%52%
불량 수량--1841
재작업 수량--1227
예상 완료일10/1610/1610/1810/18
리스크 코멘트-지퍼 공급사 3일 지연라인 재배치로 이틀 손실-

이 표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건 절대값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W2에서 예상 완료일이 10/16으로 유지됐는데 자재 지연 코멘트가 붙었다면, 공장이 지연을 흡수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아직 반영을 안 한 것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W3에서 완료일이 10/18로 이틀 밀렸다면 그 이틀이 어디서 났는지, 뒤 공정에서 회복 가능한지 확인합니다. 이틀은 별것 아니지만 같은 방식으로 매주 이틀씩 밀리면 4주 뒤에는 8일이 되고,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불량과 재작업 수량을 함께 받는 이유도 있습니다. 생산 완료 수량만 보면 순조로워 보이는데 불량률이 주차마다 올라가고 있다면, 이건 검사 단계에서 대량 불합격이 나올 예고입니다. W3의 18개(4.3%)에서 W4의 41개(5.6%)로 오른 흐름은 자재 로트가 바뀌었거나 작업자가 교체됐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사진 없는 보고서는 절반만 믿으세요 표만 받으면 숫자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매주 보고에 사진 3~5장을 함께 요구하세요. 자재 창고 전경, 생산 라인 현재 상태, 완성품 적재 구역 세 곳이면 충분합니다. 완성품 적재 구역 사진에 지난주와 똑같은 박스 더미가 찍혀 있는데 보고서 숫자만 늘었다면, 그때 물어보면 됩니다. 사진은 압박용이 아니라 숫자를 검증하는 수단입니다.

5. 지연을 미리 알려 주는 신호들

납기 지연은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늘 몇 주 전부터 신호를 보내는데, 그게 신호인 줄 모르고 지나칠 뿐입니다. 상담하면서 반복해서 보게 되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신호실제 의미즉시 할 일
자재 입고가 계획보다 늦음공급사에 대금을 못 줬거나 발주 자체가 늦었을 가능성자재 발주서 사본과 공급사 연락처 요구, 입고 예정일 서면 확정
사진 요청에 회신이 느려짐보여 줄 진척이 없음. 지연의 가장 흔한 첫 신호2영업일 룰을 상기시키고 미회신 시 통화 요청, 24시간 내 미회신이면 사장에게 직접 연락
담당자가 갑자기 교체됨인수인계 공백 2~3주. 구두 합의는 대부분 소실기존 합의 사항을 문서로 재확인, 신규 담당자에게 PO 최신 리비전 재송부
계획에 없던 추가 비용 요구원자재가 상승 또는 견적 실수. 방치하면 품질 하향으로 메움근거 자료(자재 인보이스) 요구, 사양 임의 변경 금지를 서면 재확인
파일럿 사진 배경이 기존과 다름외주 하청 정황. 검증 안 된 공장에서 만들고 있을 가능성생산 현장 영상통화 요청, 하청 여부 직접 질의, 필요 시 현장 방문
"조금만 기다려 달라"가 2주 이상 반복공장이 우리 오더를 뒤로 미루고 있음남은 마일스톤 재확정 요구, LD 조항 적용 가능성 서면 통지
결제를 앞당겨 달라고 함자금난. 자재 대금 미지급으로 생산이 멈출 수 있음선결제 대신 자재 공급사 직접 결제 검토, 리스크 재평가

표에서 가장 무겁게 봐야 할 건 파일럿 사진의 배경 변화입니다. 공장 방문 때 봤던 라인의 바닥 색, 벽면, 조명, 작업대 배치는 쉽게 안 바뀝니다. 그런데 보내온 사진의 배경이 다르다면 우리 물건이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캐파가 모자라 하청을 준 건데, 우리는 그 하청 공장을 검증한 적이 없습니다. 공장 캐파를 발주 전에 확인하는 방법은 98편의 캐파 검증에서 다뤘습니다.

회신 속도는 생각보다 정확한 지표입니다. 평소 두 시간이면 답하던 담당자가 이틀씩 걸리기 시작하면, 대개 보고할 진척이 없어서입니다. 사람이 나쁜 소식을 미루는 건 어디나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이 업계에서만큼은 정확히 반대로 씁니다.

추가 비용 요구를 그냥 거절만 하면 품질로 돌아옵니다 "원자재가 올라서 개당 0.3달러 더 필요하다"는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면, 공장은 그 손실을 어디선가 메웁니다. 원단 두께를 낮추거나 도금을 얇게 하거나 부자재 등급을 내리는 식이고, 우리는 검사에서야 알게 됩니다. 거절하든 수용하든 "사양은 어떤 경우에도 변경 불가"를 같은 메일에 반드시 함께 못 박으세요. 원가 구조를 뜯어 실제로 오른 항목이 맞는지 보는 방법은 97편의 원가 분해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6. 지연이 확정됐을 때의 대응 순서

신호를 다 챙겨도 지연은 납니다. 중요한 건 그때 순서를 지키는 겁니다. 화부터 내면 정보가 막히고, 정보가 막히면 판단이 틀어집니다.

1단계 — 사실 확인

"왜 늦었냐"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지금 정확히 어디까지 됐냐"입니다. 생산 완료 수량, 자재 입고 상태, 남은 공정, 투입 인원을 숫자로 받고 사진으로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감정을 섞으면 공장은 방어적으로 답하고 숫자를 부풀립니다. 사실 관계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책임 얘기를 꺼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2단계 — 지연 폭 재산정

공장이 부르는 "일주일만 더"는 대개 낙관입니다. 남은 수량을 실제 일일 생산량으로 나눠 우리가 직접 계산하고, 거기에 검사와 출고 일정을 더합니다. 남은 1,800개를 하루 200개씩 만들면 9일, 여기에 포장 3일·검사 2일·출고 2일을 더하면 16일입니다. 공장이 부른 7일과 우리 계산 16일 사이의 간극을 놓고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3단계 — 부분선적과 항공 전환 손익 비교

지연 폭이 나오면 선택지를 돈으로 환산합니다. 판단 기준은 결국 어느 쪽이 덜 잃느냐입니다.

선택지추가 비용확보 일수적합한 상황
전량 대기(해상)0-판매 시점에 여유가 있을 때
완성분 부분선적 + 잔량 후속운임·통관 1회분 추가10~20일초도 물량만으로 판매 개시 가능할 때
일부 항공 전환해상 대비 6~12배 운임15~25일단가가 높고 부피가 작은 품목
전량 항공매우 큼15~25일시즌 상품이라 놓치면 재고가 죽을 때

계산은 이렇게 합니다. 항공 전환에 800만 원이 든다고 할 때, 그 800만 원으로 무엇을 지키는지 따져 보는 겁니다. 이미 잡힌 홈쇼핑 방송이나 입점 일정을 놓치면 위약금과 재고 부담이 그보다 크게 나올 수 있고, 그러면 항공이 맞습니다. 반대로 판매 시작을 2주 미뤄도 손실이 100만 원 수준이라면 800만 원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부분선적은 발주서에 허용 조항이 미리 있어야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점도 기억하세요. 그 조항이 없으면 이 자리에서 협상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4단계 — LD 적용과 실무 협상

LD 조항이 있어도 중국 공장에서 현금으로 받아 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실무에서 통하는 방식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잔금에서 상계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다음 오더 단가 인하로 돌리거나, 항공 전환 비용을 공장과 분담하는 형태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합의 내용을 리비전으로 발행해 서명을 받아 두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5단계 — 리드타임 재설계

이번 지연에서 얻은 정보를 다음 발주에 반영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어느 마일스톤에서 며칠이 밀렸는지 기록해 두고, 다음 PO에서는 그 구간에 여유를 더 잡습니다. 자재 입고에서 5일이 밀렸다면 다음에는 자재 발주를 5일 앞당기거나 자재 입고 완료를 결제 마일스톤에 묶는 식입니다. 춘절이나 국경절이 끼는 시기라면 계산이 또 달라지는데, 이 부분은 44편의 중국 명절 생산 일정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지연 통보를 받은 날 바로 보내야 할 메일 "현재 생산 완료 수량, 자재 입고 상태, 일일 생산 능력, 남은 공정별 소요일을 표로 정리해 내일까지 회신해 주십시오. 아울러 부분선적 가능 수량과 그 시점을 함께 알려 주십시오." 이 메일 한 통이면 2단계와 3단계에 필요한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감정 표현은 넣지 않는 편이 정보가 더 정확하게 옵니다.

7. 판매일에서 거꾸로 잡는 발주 역산 캘린더

발주 시점을 정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이제 재고가 떨어져 가니 주문하자"입니다. 이러면 항상 늦습니다. 순서를 뒤집어 팔아야 하는 날에서 거꾸로 세는 게 맞습니다.

역산 순서소요누적기준일 예시
판매 개시일-D-03/1
국내 물류센터 입고·검수3~5일D-52/24
통관·검역2~5일D-102/19
해상 운송(중국 → 부산)5~12일D-222/7
부킹 대기·내륙 운송5~10일D-321/28
공장 출고2일D-341/26
선적 전 검사3일D-371/23
생산(포장 포함)45일D-8212/9
PO 확정·계약금 송금3일D-8512/6
발주 협의 시작7일D-9211/29

3월 1일에 팔려면 11월 말에는 발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수입자가 체감하는 것보다 한 달 이상 이른 시점입니다. 여기에 리스크 버퍼를 얹으면 더 당겨집니다.

버퍼는 두 군데에 넣으세요. 생산 단계에 7~10일, 물류 단계에 5~7일입니다. 물류 쪽에 버퍼가 필요한 이유는 선복 부족이나 항만 적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여기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버퍼까지 반영하면 위 사례의 발주 협의 시작은 11월 중순으로 당겨집니다.

춘절과 국경절은 캘린더를 통째로 흔듭니다 중국 춘절은 공식 휴무가 일주일 남짓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5주간 생산이 멈춥니다. 연휴 2주 전부터 인력이 빠지기 시작하고, 연휴 후 복귀율이 70~80%에 그쳐 라인이 정상 속도를 회복하는 데 다시 2~3주가 걸립니다. 춘절이 낀 분기의 발주는 위 역산표에 최소 30일을 더해 잡으셔야 합니다. 10월 국경절도 일주일치 정도는 반영이 필요합니다.

8. 결제 조건을 마일스톤에 묶습니다

결제 비율 자체보다 돈이 나가는 시점을 어디에 붙이느냐가 관리 수단이 됩니다. 흔한 30/70 구조에서 잔금 70%를 선적 전에 다 보내면, 검사에서 문제가 나와도 우리 손에 남은 카드가 없습니다.

구조지급 시점수입자 관점
30 / 70계약 시 30%, 선적 전 70%가장 흔하지만 검사 후 협상력이 낮음
30 / 60 / 10계약 30%, 검사 합격 후 60%, 선적 서류 인수 후 10%검사 결과를 잔금과 연동 — 권장
20 / 30 / 40 / 10계약, 자재 입고 확인, 검사 합격, 서류 인수금액이 크거나 신규 공장일 때
L/C at sight선적 서류 제시 시금액이 클 때 안전하나 개설 비용·서류 부담

실무에서 가장 균형이 좋은 건 30 / 60 / 10입니다. 검사 합격을 잔금의 조건으로 걸어 두면 불합격 시 재작업 협상이 훨씬 수월해지고, 마지막 10%를 선적 서류 인수와 묶으면 B/L이나 원산지증명 같은 서류가 늦어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검사 자체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는 100편의 선적 전 검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공장이 이 구조를 부담스러워하면 협상 여지는 있습니다. 첫 거래에서는 40/50/10처럼 계약금을 조금 올려 주고 검사 연동만 지켜 내는 방법도 있고, 거래 이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조건이 좋아집니다. 양보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만 고르라면 검사 합격 전에 대금의 대부분이 나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9. 자주 하는 실수

발주·진척 관리 상담에서 반복해서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진척 질문은 열린 질문으로 하지 마세요 "진행 상황 어떤가요?"라고 물으면 "잘 되고 있습니다"가 돌아옵니다. 대신 "오늘 기준 생산 완료 수량이 몇 개입니까?"라고 물으면 숫자가 옵니다. 숫자를 못 주면 그 자체가 답입니다.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질문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 받는 정보의 질이 달라집니다.

10. 발주·진척 관리 체크리스트

발주 전

생산 중

출고 전


마무리: 관리되지 않는 일정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공장이 납기를 못 지키는 건 대개 나쁜 의도 때문이 아닙니다. 오더가 여러 개 겹쳐 있고, 자재가 늦고, 사람이 빠지고, 그 와중에 재촉이 심한 고객 물건부터 먼저 나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우선순위 안에서 우리 오더를 앞자리에 두는 것이고, 방법은 소리를 키우는 게 아니라 매주 숫자를 요구하는 거래처가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첫 문서인 PO에 지시와 기준을 다 담아 서명을 받아 두는 것, 그리고 생산이 도는 동안 주 단위로 검증 가능한 숫자를 받아 두는 것. 이 두 가지만 자리 잡아도 대부분의 지연은 3주 전에 눈에 들어오고, 3주가 남아 있으면 쓸 수 있는 카드가 항공 전환 말고도 여럿 생깁니다.

그린프로그서울은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들여오는 수입자가 발주서 한 장으로 사양과 일정을 통제하고, 생산 현장의 숫자를 주 단위로 확보하며, 지연이 커지기 전에 대응하도록 함께합니다. 계약 조항의 법적 효력이나 국제 분쟁 절차가 걸린 사안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검토를 함께 받으시기 바랍니다.

"거의 다 됐어요"만 듣고 계신가요?

발주서 항목 점검부터 마일스톤 설계, 주간 WIP 보고 체계 구축과 지연 대응까지
납기가 무너지기 전 단계에서 잡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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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발주서(PO)와 계약서는 어떻게 다른가요?
계약서는 거래 전반에 걸쳐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정하는 법적 틀이고, 발주서는 이번 한 건을 어떻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실무 문서입니다. 계약서에 "품질은 합의된 기준에 따른다"고 쓰는 건 정상이지만, 발주서에는 그 기준이 도면 번호와 리비전으로 특정돼 있어야 합니다. 계약서 없이 PO만 쓰는 거래도 많은데, 그럴 때는 PO 하단에 사양 무단 변경 금지와 회신 기한 조항을 넣어 최소한의 구속력을 확보하시는 게 좋습니다.
공장에 생산 진척을 어떻게 물어야 정확한 답이 오나요?
"진행 상황 어떤가요?"라고 물으면 "잘 되고 있습니다"가 돌아옵니다. 항목을 고정한 양식을 매주 같은 요일에 받으세요. 자재 입고율, 생산 완료 수량, 누적 진척률, 불량·재작업 수량, 예상 완료일, 리스크 코멘트 여섯 항목이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자재 창고·생산 라인·완성품 적재 구역 사진 3~5장을 함께 요구하면 숫자를 교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납기가 지연되면 지연 배상(LD)을 실제로 받을 수 있나요?
중국 공장에서 현금으로 받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도 조항을 넣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공장 입장에서 지연에 값이 붙은 오더와 안 붙은 오더가 나란히 있으면 값이 붙은 쪽부터 먼저 밀어 주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잔금에서 상계하거나 다음 오더 단가 인하로 돌리거나 항공 전환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쪽이든 합의 내용을 새 리비전으로 발행해 서명을 받아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