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도 좋고 샘플도 좋았는데, 왜 납기가 밀릴까?
공장 생산능력(캐파) 검증과 실사로 납기 리스크를 줄이는 법
안녕하세요, 그린프로그서울입니다.
"단가도 맞고 샘플도 좋아서 계약했는데, 막상 성수기에 물건이 안 나와요."
"납기 다 됐다고 채근하니 '지금 다른 오더가 밀려서 라인이 없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공장은 크고 멀쩡해 보였는데, 우리 물건은 항상 뒤로 밀리는 느낌이에요."
"처음 소량 주문은 딱딱 맞춰 주더니, 물량을 키우니까 납기가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공장을 고를 때 우리는 단가와 샘플을 꼼꼼히 봅니다. 그런데 정작 이 공장이 우리 물량을 제때 만들어 낼 힘이 있는가는 그냥 믿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 사진이 번듯하고 사장님이 자신 있게 "문제없다"고 하면 거기서 확인이 끝납니다. 성수기에 납기가 밀리고 나서야 "이 공장이 원래 이 정도밖에 못 만드는 곳이었구나"를 뒤늦게 알게 됩니다.
오늘은 공장의 생산능력, 흔히 '캐파(capacity)'라고 부르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고 검증하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단가와 품질이 "이 물건을 얼마에, 얼마나 잘 만드는가"의 문제라면, 캐파는 "이 물건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앞의 둘만 보고 뒤의 하나를 안 보면, 계약은 순조로워도 납기에서 발목이 잡힙니다.
납기 사고의 상당수는 공장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애초에 그만한 캐파가 없는 곳에 오더를 넣어서 생깁니다. 만들 힘이 없는 공장을 아무리 채근해도 물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빨리 만들어 주느냐'를 따지기 전에, '이 공장이 우리 물량을 감당할 그릇인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캐파가 무엇인지, 공장이 말하는 캐파와 실제 캐파가 왜 다른지, 캐파를 결정하는 네 가지 요소, 우리 오더가 그 공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성수기에 우리 물건이 밀리는 구조, 실사에서 확인할 지점, 그리고 캐파를 숫자로 역산해 보는 예시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1. 단가·품질만 보면 놓치는 세 번째 축
공급처를 고를 때 대부분 두 가지를 봅니다. 단가가 맞는가, 그리고 샘플 품질이 되는가. 이 둘은 계약 전에 눈으로 확인이 되니까 자연스럽게 검증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세 번째 축인 캐파입니다. 캐파는 계약 시점에 눈에 잘 안 보이고, 물량이 커지고 오더가 몰리는 나중에야 정체가 드러납니다.
단가·품질·캐파는 공장을 고르는 세 다리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의자가 넘어집니다. 단가가 좋아도 물건이 제때 안 나오면 판매 기회를 놓치고, 품질이 좋아도 성수기에 공급이 끊기면 거래처를 잃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세 번째 다리를 "설마 못 만들겠어" 하고 넘어가는 일이 잦습니다.
2. 이론 캐파와 실효 캐파는 다르다
공장에 "월 몇 개까지 되세요?"라고 물으면 대개 큰 숫자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대부분 이론 캐파입니다. 설비가 한 대도 안 쉬고, 불량도 없고, 사람도 24시간 붙어 있다는 가정 위에서 계산한 최대치입니다. 현실에서는 이 숫자만큼 절대 안 나옵니다.
실제로 나오는 양은 실효 캐파입니다. 설비는 정비·금형 교체·고장으로 멈추는 시간이 있고, 만든 물건 중 일부는 불량으로 빠지며, 사람이 붙는 교대 시간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론 캐파에서 이런 손실을 덜어 낸 것이 실효 캐파이고, 우리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물량은 여기에 가깝습니다.
공장이 말하는 캐파가 이론치인지 실효치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월 10만 개 된다"는 말을 믿고 오더를 넣었다가 정작 6만 개밖에 못 받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캐파를 물을 때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것인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3. 캐파를 결정하는 네 가지
실효 캐파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숫자가 아닙니다. 네 가지 요소를 곱해야 비로소 나오는 값입니다. 이 네 가지를 하나씩 나눠서 보면, 공장이 부른 캐파가 말이 되는지 스스로 검산해 볼 수 있습니다.
| 요소 | 무엇인가 | 확인 포인트 |
|---|---|---|
| 설비 | 같은 공정을 돌릴 수 있는 기계 대수 | 사출기·프레스·라인이 실제로 몇 대인가 |
| 속도 | 한 개(또는 한 번)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 사이클타임, 한 번에 몇 개 뽑는지(캐비티) |
| 가동시간 | 하루·한 달에 실제 돌리는 시간 | 몇 교대인지, 월 며칠 가동하는지 |
| 가동률·수율 | 멈추는 시간과 불량으로 빠지는 비율 | 설비 정지 시간, 불량률·수율 |
설비는 캐파의 그릇입니다. 사출기가 두 대인 공장과 열 대인 공장은 같은 제품이라도 낼 수 있는 양이 다섯 배 차이 납니다. 다만 대수만 세면 안 되고, 우리 제품에 맞는 크기·사양의 설비가 몇 대인지를 봐야 합니다. 큰 기계 열 대가 있어도 우리 금형이 물리는 기계가 두 대뿐이면 캐파는 그 두 대가 좌우합니다.
속도는 사이클타임입니다. 한 번 찍는 데 30초 걸리는 제품과 60초 걸리는 제품은 같은 설비로도 생산량이 두 배 차이 납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뽑는 다캐비티 금형이면 그만큼 속도가 올라갑니다. 가동시간은 하루 몇 교대(보통 1교대 8~12시간)를 돌리고 한 달에 며칠 가동하느냐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동률과 수율이 이 모든 것을 깎아냅니다. 설비가 멈추는 시간(가동률)과 불량으로 버려지는 비율(수율)을 반영해야 실제로 손에 쥐는 양이 나옵니다.
4. 우리 오더는 그 공장의 '몇 %'인가
여기서 초보자가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이 나옵니다. 공장의 전체 캐파가 우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공장은 우리 물건만 만들지 않습니다. 다른 거래처의 오더와 라인을 나눠 쓰고, 우리 오더는 그 전체 중 일부를 배정받을 뿐입니다.
그래서 진짜 봐야 할 숫자는 공장의 총캐파가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 몫으로 배정되는 비중입니다. 월 12만 개를 만드는 공장이라도 이미 다른 거래처로 60%가 차 있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여유는 약 4만 8천 개입니다. 우리 오더가 월 6만 개라면 이 공장은 겉보기 캐파와 무관하게 우리 물량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거꾸로, 우리 오더가 공장 전체 캐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도 문제입니다. 우리가 그 공장의 1~2% 손님이면, 오더가 몰릴 때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너무 큰 비중(예: 70% 이상)을 한 공장에 의존하면, 그 공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이 없어집니다. 적정한 비중을 찾고, 필요하면 공급처를 나누는 판단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5. 성수기에 우리 물건이 뒤로 밀리는 구조
평소에는 납기가 잘 맞다가 성수기에만 무너지는 공장이 있습니다. 이건 대개 캐파가 오더보다 부족해지는 시점에 라인 배정 우선순위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오더가 몰리면 공장은 한정된 라인을 어디에 먼저 넣을지 선택해야 하고, 그 순번에서 우리가 앞이냐 뒤냐가 납기를 가릅니다.
공장이 라인을 먼저 배정하는 손님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물량이 크고 꾸준한 거래처, 결제가 빠르고 깔끔한 거래처, 오래 거래해 온 거래처가 앞줄에 섭니다. 반대로 물량이 작고, 결제가 늦고, 요구는 많은 신규 거래처는 뒷줄로 밀립니다. 성수기에 "라인이 없다"는 말은 종종 "당신보다 먼저 넣을 손님이 있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입니다.
그래서 캐파 확인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 공장에서 어떤 손님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같은 캐파라도 우리가 우선순위 앞줄에 있으면 성수기에도 물건이 나오고, 뒷줄에 있으면 여유가 있을 때만 나옵니다. 성수기 납기를 지키려면 캐파가 넉넉한 공장을 고르는 동시에, 그 공장에서 우선순위를 확보하는 관계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6. 실사에서 무엇을 확인할까
캐파는 말로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확인이 안 됩니다. 공장은 오더를 따야 하니 캐파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고, 그 말이 사실인지는 현장에서 걸러야 합니다. 직접 방문하든, 대리 실사를 맡기든, 화상으로 라인을 보여 달라고 하든, 확인할 지점은 비슷합니다.
먼저 설비를 눈으로 세어 봅니다. 우리 제품에 쓰이는 공정의 기계가 몇 대이고,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지, 놀고 있는지를 봅니다. 멈춰 있는 기계가 많다면 오더가 없어서인지, 고장인지, 사람이 없어서인지 물어봅니다. 그다음 사람을 봅니다. 라인에 작업자가 붙어 있는지, 교대 인원이 실제로 있는지, 성수기에 인력을 어떻게 늘리는지를 확인합니다. 설비가 있어도 돌릴 사람이 없으면 캐파는 종이 위의 숫자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록을 봅니다. 지난 몇 달의 생산 실적, 주요 거래처 목록, 현재 진행 중인 오더 현황을 물어봅니다. 실적 기록이 있는 공장은 자기 캐파를 숫자로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런 공장일수록 납기 약속도 현실적입니다. 반대로 "다 됩니다"만 반복하고 기록을 못 보여 주는 공장은 캐파를 감으로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7. 캐파를 숫자로 역산해 보기
이제 앞의 조각을 모아 실제로 캐파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사출기 5대로 200g짜리 제품을 찍는 공장을 예로 듭니다. 숫자는 모두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가정입니다.
| 항목 | 산출 근거(가정) | 값 |
|---|---|---|
| 대당 시간당 생산량 | 사이클 30초 → 시간당 120개(캐비티 1) | 120개/시간 |
| 실효 반영 | 가동률 80% × 수율 95% | 약 91개/시간 |
| 공장 전체(5대) | 91개 × 5대 | 약 456개/시간 |
| 하루(1교대 10시간) | 456개 × 10시간 | 약 4,560개/일 |
| 한 달(월 26일 가동) | 4,560개 × 26일 | 약 118,560개/월 |
| 우리 배정분(40%) | 118,560개 × 40% | 약 47,000개/월 |
이렇게 뜯어 보면, 공장이 말한 "월 10만 개는 우습다"는 말을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이론상 전체 실효 캐파가 약 11.8만 개라도, 다른 거래처로 60%가 차 있으면 우리 몫은 약 4.7만 개입니다. 만약 우리 오더가 월 6만 개라면, 이 공장은 2교대로 가동시간을 늘리거나, 다른 오더를 밀어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우리 납기를 밀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 전에 이 계산을 해 두면, "월 6만 개를 안정적으로 받으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를 공장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8. 캐파 부족·과잉 신호 읽기
계약 전후로 캐파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는 몇 가지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이 신호를 미리 읽어 두면 납기 사고가 터지기 전에 손을 쓸 수 있습니다.
캐파 부족의 신호는 대개 이렇습니다. 물량을 조금만 키워도 납기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성수기만 되면 연락이 뜸해지고 핑계가 늘어난다, 샘플이나 초도는 빨랐는데 양산에서 속도가 확 떨어진다, 우리 오더 진행 상황을 물으면 명확한 일정 대신 "곧 됩니다"만 반복한다. 이런 신호가 겹치면 그 공장은 우리 물량에 비해 그릇이 작은 곳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캐파가 지나치게 남아도는 것도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닙니다. 설비가 대부분 놀고 있고 오더가 거의 없다면, 단가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그 공장이 왜 한가한지를 물어봐야 합니다. 품질 문제로 거래처가 떠났거나,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바빠도 우리가 밀리고, 너무 한가해도 이유가 있으니, 적당히 바쁜 공장이 대체로 안전합니다.
9. 자주 하는 오해
캐파를 처음 따져 볼 때 반복적으로 나오는 오해를 모았습니다.
- 공장이 크고 번듯하면 캐파도 넉넉할 거라 여기는 경우(우리 제품에 맞는 설비와 남는 라인이 관건입니다)
- 공장이 부른 총캐파를 전부 우리가 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대부분 다른 거래처와 나눠 씁니다)
- 첫 소량 주문이 잘 맞았으니 물량을 키워도 될 거라 믿는 경우(캐파는 물량을 키운 뒤에 시험대에 오릅니다)
- 이론 캐파를 실효 캐파로 착각하는 경우(가동률과 수율을 빼야 실제 받을 양이 나옵니다)
- 비수기 납기가 잘 맞으니 성수기도 괜찮을 거라 여기는 경우(여유가 있을 때는 누구나 잘 맞춥니다)
- 캐파를 한 번 확인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공장 사정은 변하니 주기적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10. 캐파 검증 체크리스트
계약 전
- 우리 제품에 맞는 설비가 몇 대인지, 실제로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 공장이 부른 캐파가 이론치인지 실효치인지 구분해 물었다
- 현재 라인이 몇 % 차 있고 우리에게 배정할 여유가 얼마인지 물었다
- 지난 몇 달의 생산 실적과 진행 중인 오더 현황을 확인했다
실사할 때
- 사무실·샘플룸이 아니라 실제 생산 라인과 설비를 봤다
- 설비뿐 아니라 작업 인력과 교대 운영을 확인했다
- 그 공장의 성수기가 언제이고 우리 판매 성수기와 겹치는지 확인했다
거래 중
- 앞으로 키울 물량을 기준으로 캐파를 미리 논의했다
- 납기 지연이 반복·심화되는지 신호를 관찰하고 있다
- 핵심 품목은 공급처 이원화를 준비해 한 공장 의존도를 낮췄다
마무리: 만들 힘이 있는 공장에 오더를 넣어야 한다
공장을 고르는 세 다리는 단가·품질·캐파입니다. 앞의 둘은 계약 전에 눈으로 보이지만, 캐파는 물량이 커지고 오더가 몰린 뒤에야 밑천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캐파는 첫 주문이 아니라 앞으로 키울 물량을 기준으로,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기억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공장이 부르는 캐파는 대개 이론치이니 가동률과 수율을 뺀 실효 캐파로 보고, 그중에서도 우리가 실제로 배정받는 남는 캐파를 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 캐파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수기에 우리가 우선순위 앞줄에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설비 대수에 시간당 생산량, 가동시간, 가동률, 수율을 곱해 보는 간단한 검산만 해 봐도 그 기준선은 잡힙니다. 이 두 가지가 몸에 배어 있으면, 단가와 샘플은 좋았는데 성수기에 물건이 안 나오는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린프로그서울은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들여오는 수입자가 공장의 설비와 인력, 생산 실적을 바탕으로 실효 캐파를 가늠하고, 우리 물량이 그 공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성수기 우선순위까지 따져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공장을 고르도록 함께합니다. 구체적인 캐파와 납기는 실제 설비 목록과 생산 기록, 현장 확인으로 판단하세요.
단가·샘플은 봤는데, 이 공장이 우리 물량을 감당할지 확신이 안 서시나요?
설비·인력·생산 실적을 바탕으로 실효 캐파를 가늠하고, 성수기 우선순위와 공급처 이원화까지 함께 따져
납기가 무너지지 않을 공장을 고르도록 도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