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가 태풍 때문에 밀렸습니다
중국 공장 계약 불가항력 조항 - 무엇이 불가항력이고 무엇이 아닌지, CCPIT 증명서, 통지 기한, 손해 분담과 계약 해지 시점
안녕하세요, 그린프로그서울입니다.
출고를 열흘 앞두고 공장에서 위챗이 옵니다. "태풍으로 공장이 이틀 멈췄습니다. 불가항력이라 납기를 3주 미뤄야 합니다."
이 메시지 한 줄에 여러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태풍이 온 건 사실입니다. 공장이 이틀 멈춘 것도 아마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이틀 멈춘 일이 왜 3주 지연이 되는지, 그리고 그 3주 동안 발생하는 손해를 누가 지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에 답을 못 하면 공장이 부른 대로 따라가게 됩니다.
오늘 다룰 게 이 지점입니다. 불가항력은 사고가 났느냐 안 났느냐를 가리는 조항이 아니라, 사고로 생긴 손해를 누가 얼마나 지느냐를 미리 정해 두는 조항입니다. 계약서에 한 문단쯤 들어가 있고 평소에는 아무도 안 읽다가, 하필 가장 급한 순간에 펼쳐 보게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계약서 전반의 뼈대는 12편에서, 발주서와 생산 진척 관리는 102편에서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계약이 예정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 작동하는 장치를 봅니다.
불가항력 분쟁에서 수입자가 가장 자주 지는 이유는 "그건 불가항력이 아니다"라고 다투다 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불가항력이 맞다는 걸 인정한 순간, 그다음에 무엇이 면제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를 정해 둔 문장이 계약서에 없어서입니다. 태풍은 공장 잘못이 아니지만, 태풍 때문에 생긴 항공 운송비를 누가 낼지는 여전히 협상 대상입니다.
1. 불가항력이 실제로 다투는 건 책임 면제 범위입니다
"이건 불가항력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이렇게 이해하십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겼으니 공장 책임이 없다.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불가항력이 인정되면 공장은 이행이 늦어진 데 대한 책임에서 벗어납니다. 계약 위반이 아니게 되고, 지연손해금도 물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돈이 걸리는 대목은 대개 그 바깥에 있습니다.
납기가 3주 밀리면 시즌 상품은 판매 기회를 잃습니다. 홈쇼핑 방송 일정이 잡혀 있었다면 위약금이 발생하고, 온라인 예약 판매를 받았다면 환불이 나갑니다. 급하게 항공으로 돌리면 해상 운임의 다섯 배가 나갑니다. 이 비용들은 불가항력이 인정되든 안 되든 실제로 발생합니다. 불가항력 조항이 정하는 건 이 비용을 누가 떠안느냐입니다.
그래서 협상의 초점을 옮기셔야 합니다. "태풍이 정말 왔느냐"를 따지는 건 대개 의미가 없습니다. 태풍은 왔습니다. 물어야 할 건 다른 겁니다.
- 태풍이 이틀인데 지연이 3주인 이유가 무엇인가. 직접적으로 막힌 기간과 그 이후 복구·재배치에 걸린 기간을 나눠서 설명받아야 합니다.
- 그 사이 공장이 무엇을 했는가. 다른 라인으로 돌리거나 협력 공장에 나눠 맡기는 시도를 했는지가 완화 의무의 핵심입니다.
- 우리가 대체 수단을 쓸 때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항공 전환 차액을 반씩 지겠다는 공장도 있고, 한 푼도 못 내겠다는 공장도 있습니다.
- 언제까지 기다리면 이 계약을 접을 수 있는가. 기간 상한이 없으면 무한정 기다리는 쪽이 우리가 됩니다.
이 네 가지가 계약서에 미리 적혀 있으면 사고가 터진 날 협상이 아니라 확인만 하면 됩니다. 안 적혀 있으면 가장 정신없는 시점에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하고, 그때는 물건이 공장에 있고 우리는 급합니다. 불리한 자리입니다.
2. 무엇이 불가항력이고 무엇이 아닌가
공장이 "force majeure"라는 단어를 꺼냈다고 해서 다 불가항력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사유들을 성격별로 나눠 보면 경계가 꽤 분명합니다.
| 사유 | 불가항력 여부 |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 |
|---|---|---|
| 태풍·홍수·지진·폭설 | 대개 인정 | 해당 지역에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 지연 기간이 피해 규모에 맞는지 |
| 정부의 전력 배급(限电) | 대개 인정 | 지방정부 공고가 실재하는지, 대상 지역·기간이 우리 공장을 포함하는지 |
| 수출통제·제재로 인한 선적 금지 | 인정 |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예고된 규제였는지 |
| 항만 봉쇄·대규모 파업 | 대개 인정 | 대체 항만 이용이 가능했는지 |
| 전염병으로 인한 봉쇄 조치 | 조건부 인정 | 질병 자체가 아니라 행정 조치가 이행을 막았는지 |
| 원자재 가격 급등 | 대개 불인정 | 비싸진 것과 구할 수 없는 것은 다름 |
| 환율 급변 | 불인정 | 상업적 위험으로 봄 |
| 공장 자금난·부도 | 불인정 | 내부 사정은 회피 가능한 범주 |
| 인력난·숙련공 이탈 | 불인정 | 경영 위험 |
| 설비 고장 | 대개 불인정 | 유지보수 책임이 공장에 있음 |
| 하청업체 사고 | 조건부 | 그 하청업체에 발생한 사유가 그 자체로 불가항력인지 |
| 공장 화재 | 조건부 | 원인이 외부 요인인지 관리 소홀인지 |
표에서 굵게 표시한 줄들이 실제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위에서 여섯 번째, 원자재 급등을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자주 나옵니다.
여기서 기준은 간단합니다. 구리값이 40% 올라서 이 단가로는 만들면 손해라는 건 공장 사정이지, 만들 수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계약은 여전히 이행 가능합니다. 반면 정부가 특정 원자재의 유통을 금지해서 시장에 물건 자체가 없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릅니다. 비싸진 것과 구할 수 없는 것 사이에 선이 그어집니다.
3. 중국법의 3요건과 영미식 조항의 차이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리십니다. 중국 공장과 쓰는 계약서는 대개 영문이고 조항 형식도 영미식인데, 분쟁이 붙으면 준거법은 중국법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두 쪽의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중국법: 조항이 없어도 적용됩니다
중국 민법전은 불가항력을 예견할 수 없고, 피할 수 없으며,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으로 정의합니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법에 적힌 정의라서,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이 한 줄도 없어도 적용됩니다.
"우리 계약서에는 불가항력 조항을 안 넣었으니 공장이 무조건 책임진다"고 생각하셨다면 다시 보셔야 합니다. 준거법이 중국법이면 법정 불가항력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조항을 안 넣은 결과는 면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통지 기한도 증빙 요건도 기간 상한도 없는 상태로 법 조문만 남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유리할 게 없습니다.
| 구분 | 중국법상 불가항력 | 영미식 계약 조항 |
|---|---|---|
| 근거 | 법에 정의가 있음 | 계약서에 적은 내용이 전부 |
| 조항이 없으면 | 법정 정의가 적용됨 | 원칙적으로 면책 없음 |
| 판단 기준 | 예견 불가·회피 불가·극복 불가 3요건 | 계약서에 열거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
| 사유 목록 | 구체적 열거 없음, 사안별 판단 | 보통 길게 열거하고 포괄 문구를 덧붙임 |
| 결과 | 영향 범위만큼 책임 면제, 전부 또는 일부 | 조항에 적은 효과대로 |
| 통지 의무 | 지체 없이 통지하고 증빙 제출 | 조항에 적은 기한과 방식 |
실무에서 쓸모 있는 결론은 이겁니다. 계약서 조항은 법정 불가항력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그 적용 방식을 우리 쪽에 유리하게 다듬는 도구로 쓰세요. 무엇이 사유인지를 좁히고, 통지를 며칠 안에 하게 만들고, 어떤 증빙을 내게 하고, 몇 달 이상 가면 해지할 수 있게 하는 식입니다. 이 네 가지는 법에 안 적혀 있으니 계약서에 넣어야 생깁니다.
3요건을 실제 상황에 대보기
예견 불가·회피 불가·극복 불가라는 세 단어가 추상적으로 들리실 텐데, 구체적인 사안에 대보면 의외로 갈래가 선명합니다.
- 예견 불가 — 계약 체결 시점에 알 수 없었어야 합니다. 이미 태풍 경보가 나온 뒤에 납기를 약속했다면 예견 가능했던 사정입니다. 광둥성 여름 태풍처럼 매년 오는 것을 어디까지 예견 가능으로 볼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계약서에 우기·태풍철 버퍼를 명시해 두면 이 다툼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 회피 불가 — 합리적인 노력으로 막을 수 없었어야 합니다. 침수 지역에 창고를 두고 매년 같은 피해를 반복한다면 회피 가능했다고 볼 여지가 생깁니다.
- 극복 불가 — 발생한 뒤에도 손을 쓸 수 없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깨지는 요건입니다. 다른 라인이 놀고 있었거나, 협력 공장에 맡길 수 있었거나, 재고 원단으로 일부라도 진행할 수 있었다면 극복 가능했던 겁니다.
공장이 불가항력을 주장할 때 우리가 파고들 자리는 대개 세 번째입니다. 태풍이 온 사실은 못 뒤집지만, 태풍 이후에 공장이 무엇을 했는지는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4. CCPIT 불가항력 증명서를 읽는 법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中国国际贸易促进委员会)가 발급하는 불가항력 사실 증명서라는 게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대량으로 발급되면서 널리 알려졌고, 요즘도 공장이 지연을 통보할 때 이 서류를 첨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류를 받아 들면 공식 인장이 찍혀 있어서 위압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증명서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정확히 알고 보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 구분 | 증명서가 담는 것 | 증명서가 담지 않는 것 |
|---|---|---|
| 사실관계 | 특정 시점·지역에 해당 사건이 있었다 | 그 사건이 이 계약의 이행을 막았다 |
| 인과관계 | 없음 | 지연 기간이 사건 때문이라는 연결 |
| 법적 효력 | 증빙 자료의 하나 | 면책 결정 자체 |
| 심사 깊이 | 제출 자료 기반의 확인 | 현장 실사나 대체 가능성 검토 |
| 적용 범위 | 신청자가 적은 계약 건 | 모든 거래처에 대한 일괄 면책 |
핵심은 오른쪽 열입니다. 증명서는 "그 지역에 그 일이 있었다"를 확인해 줄 뿐, "그래서 이 공장이 이 계약을 못 지켰다"까지 확인해 주지 않습니다. 인과관계와 지연 기간의 타당성은 여전히 공장이 별도로 소명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증명서가 붙어 왔다고 해서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증명서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그리고 반대로, 증명서가 없다고 해서 불가항력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지방정부 공고문이나 기상청 기록처럼 다른 객관적 증빙으로도 충분히 소명됩니다.
5. 통지 의무와 기한 - 면책이 깨지는 가장 흔한 자리
불가항력 조항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힘이 센 부분이 통지 조항입니다. 사유 목록을 아무리 잘 짜 놔도 통지 조항이 없으면 공장은 편한 시점에 통보하면 그만이고, 통지 조항이 촘촘하면 공장이 제때 알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면책 주장이 흔들립니다.
통지가 늦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실제 사례에서 자주 보는 흐름이 이렇습니다. 8월 초에 지역 정전 조치가 시작됐는데, 공장은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납기일 사흘 전에야 불가항력을 통보합니다. 우리는 그 3주 동안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항공 전환을 알아볼 수도, 다른 공장에 급한 물량을 나눌 수도, 바이어에게 미리 사정을 설명할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여기서 지연 통지 자체가 만든 손해가 생깁니다. 정전은 공장 책임이 아니어도, 제때 알리지 않아 우리가 대응 기회를 잃은 부분은 공장 책임입니다. 이 구조를 계약서에 명시해 두면 협상 카드가 하나 생깁니다.
| 통지 요소 | 계약서에 넣을 기준 | 이렇게 안 적으면 |
|---|---|---|
| 기한 | 사유 발생일로부터 3~5영업일 이내 | "지체 없이"만 적으면 며칠이 지체인지 다툼 |
| 방식 | 서면(이메일 포함), 지정된 수신 주소 | 위챗 메시지 한 줄로 통지했다고 주장 |
| 1차 증빙 | 정부 공고·기상 기록 등 공적 자료 | 공장 자체 작성 문서만 제출 |
| 영향 범위 | 예상 지연 일수와 진행 중인 물량 현황 | "당분간 어렵다"는 통보에 그침 |
| 추가 증빙 기한 | 1차 통지 후 15일 이내 보완 자료 | 증빙 없이 주장만 남음 |
| 경과 보고 | 매주 1회 이상 상황 갱신 | 복구됐는데도 연락이 없어 일정 판단 불가 |
| 종료 통지 | 사유 해소 후 3일 이내 통지 + 수정 일정 | 언제부터 다시 지연손해금이 붙는지 불명확 |
| 지연 시 효과 | 지연 기간에 확대된 손해는 면책 대상 아님 | 늦게 알려도 아무 불이익이 없음 |
맨 아래 줄이 이 표의 결론입니다. 통지 기한을 어기면 불가항력 주장 자체가 무효라고 쓰는 것보다, 지연 통지로 커진 손해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쓰는 쪽이 실무에서 더 잘 먹힙니다. 전자는 공장이 협상 단계에서 강하게 거부하고 실제 분쟁에서도 과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지만, 후자는 논리가 자연스러워서 공장도 대체로 받아들입니다.
6. 면책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불가항력이 인정됐다고 칩시다. 그래서 정확히 무엇이 면제될까요. 이 경계가 흐릿한 채로 넘어가면 나중에 가장 크게 다툽니다.
| 항목 | 기본 처리 | 계약서에 안 적으면 |
|---|---|---|
| 납기 연장 | 영향 기간만큼 연장 | 연장 일수 산정을 놓고 다툼 |
| 지연손해금(LD) | 영향 기간 동안 면제 | 면제 시작·종료 시점이 불명확 |
| 계약 위반 책임 | 면제 | 다툼 여지는 적은 편 |
| 이미 받은 선금 | 면책 대상 아님 — 이행 불능 시 반환 대상 | 공장이 "손실 보전"을 이유로 붙잡음 |
| 대체 생산 비용 | 원칙적으로 수입자 부담 | 분담 근거가 아예 없음 |
| 항공 전환 차액 | 협상 영역 | 전액 우리 부담이 기본값이 됨 |
| 기성 재공품·원자재 | 정산 대상 | 실사 없이 공장 주장 금액만 남음 |
| 우리 측 2차 손해 | 대개 면책(간접손해) | 애초에 청구가 어려움 |
| 금형·사급 자재 | 소유권자에게 반환 | 공장이 잔여 대금과 묶어 잡아 둠 |
네 번째 줄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불가항력은 이행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지, 받은 돈을 가질 권리를 새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닙니다. 생산이 끝내 불가능해져 계약이 해지되면 공장은 이행한 만큼만 대가를 갖고 나머지는 돌려주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공장이 "우리도 태풍 피해를 봤으니 선금으로 메우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여기에 대비하는 문장이 계약서에 있어야 합니다.
여섯 번째 줄, 항공 전환 차액도 실무 비중이 큽니다. 해상으로 40일 걸릴 물건을 항공으로 돌리면 운임이 몇 배가 됩니다. 불가항력 상황에서 이 차액을 누가 내느냐는 법이 정해 주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계약서와 협상이 정합니다. "불가항력으로 인한 지연을 만회하기 위한 운송 수단 변경 시 추가 비용은 양측이 균등 분담한다"는 한 줄이면 사고가 났을 때 다툴 일이 대폭 줄어듭니다. 운송 중 사고와 보험 처리는 성격이 다른 영역이라 57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7. 계약서에 실제로 넣어야 할 문구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어떤 항목이 필요한지는 잡히셨을 겁니다. 이제 문장으로 만들 차례입니다. 실무에서 쓸 만한 뼈대를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정의 조항 - 목록에 배제 항목을 함께 넣기
사유를 열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열거 뒤에 "및 기타 유사한 사유"를 붙이면 공장이 아무거나 끼워 넣을 여지가 생깁니다. 포함 목록과 배제 목록을 같이 쓰세요.
"불가항력이란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고, 회피할 수 없으며,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으로서 천재지변, 전쟁, 정부의 강제 조치(전력 제한 조치 포함), 수출입 금지 조치, 항만 봉쇄 및 대규모 파업을 포함한다. 다만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율 변동, 공급자의 자금 사정, 설비 고장, 인력 수급 문제, 시장 수요 변화는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배제 목록 한 줄이 나중에 크게 작용합니다. 원자재가 올랐다는 이유로 단가 인상이나 납기 연장을 요구받을 때, 이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대화가 짧게 끝납니다.
통지 조항 - 기한·방식·증빙을 한 문장에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한 당사자는 발생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상대방이 지정한 이메일 주소로 서면 통지하여야 하며, 통지에는 사유의 내용, 발생 시점, 영향을 받는 물량과 예상 지연 일수를 포함한다. 통지 후 15일 이내에 정부 기관 또는 공인된 제3자가 발급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위 기한 내에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통지가 지연된 기간 동안 확대된 손해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완화 의무 - 가장 많이 빠지는 조항
실무에서 이 조항이 없는 계약서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앞서 본 극복 불가 요건과 직접 연결되는 대목이라 힘이 셉니다.
"불가항력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여기에는 대체 생산 라인 활용, 협력업체를 통한 분산 생산, 대체 원자재 조달, 부분 선적 등의 검토가 포함된다. 해당 당사자는 상대방의 요청이 있을 경우 취한 조치의 내용을 서면으로 설명하여야 한다."
마지막 문장이 핵심입니다. 설명 의무를 걸어 두면, 공장이 "어쩔 수 없었다"고만 말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무엇을 시도했는지 적어 내야 하고, 적어 낸 내용이 부실하면 그 자체가 협상 재료가 됩니다.
기간 상한과 해지권
"불가항력 상태가 30일을 초과하여 지속되는 경우 양 당사자는 대체 이행 방안을 협의하여야 한다. 60일을 초과하는 경우 어느 당사자든 상대방에 대한 서면 통지로써 해당 발주 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매수인이 지급한 선금 중 이미 이행된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한 잔액은 통지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반환한다."
선금 반환과 정산
해지 조항에 반환 기한을 안 붙이면 "돌려주겠다"는 말만 남고 실제로는 몇 달씩 끕니다. 기한과 함께 정산 기준도 같이 적으세요.
"전항의 공제 금액은 매수인이 확인한 기성 재공품 및 매수인 전용 원자재의 실비를 한도로 하며, 매도인은 이를 증빙하는 자재 구매 영수증과 재공품 현황 자료를 제출한다. 매수인은 해당 재공품과 원자재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
8. 기간이 길어질 때 - 어디서 끊을 것인가
불가항력 조항에서 기간 상한을 빼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겠습니다. 공장은 계속 "복구 중"이라고 하고, 우리는 계약에 묶여 다른 공장을 찾을 수도 없고 선금도 못 돌려받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손해는 우리 쪽에 쌓입니다. 기간 상한은 그 출구를 미리 만들어 두는 장치입니다.
| 경과 기간 | 일반적인 설계 | 우리가 준비할 것 |
|---|---|---|
| ~7일 | 통지 접수, 상황 확인 | 증빙 검토, 다른 공장 정상 가동 여부 확인 |
| 7~30일 | 납기 재산정, 부분 선적 협의 | 시즌 물량 우선순위 재조정, 바이어 사전 고지 |
| 30일 경과 | 대체 이행 방안 협의 의무 발동 | 대체 공장 견적 확보, 금형 이관 가능성 점검 |
| 60일 경과 | 일방 해지권 발생 | 정산 자료 요구, 재공품 실사 |
| 90일 경과 | 장기 계약에서 쓰는 상한 | 연간 계약 전체의 해지 여부 판단 |
상한을 며칠로 잡을지는 제품 성격이 정합니다. 시즌성이 강한 의류나 명절 상품이면 30일도 깁니다. 그 시점을 넘기면 물건이 와도 못 파니까요. 반대로 상시 판매하는 생활용품이면 60일이나 90일도 괜찮습니다. 판매 기회가 사라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역산해서 정하시면 됩니다.
해지할 때 실제로 챙길 것들
해지 통지를 보내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물건과 돈이 중국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정리해야 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 재공품 실사. 공장이 주장하는 진행률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원을 보내 수량과 상태를 확인하고 사진으로 남기세요. 사람을 못 보내면 최소한 영상통화로 현장을 확인합니다.
- 원자재 구분. 우리 전용으로 산 것과 공장 공용 재고를 나눠야 합니다. 공용 원단은 공장이 다른 건에 쓰면 되니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 금형과 사급 자재 회수. 정산이 끝나기 전에 위치와 상태를 확인해 두세요. 협상이 틀어진 뒤에는 접근이 어려워집니다.
- 완제품 처리. 이미 만들어진 물량이 있으면 그것만 먼저 선적받는 쪽이 대개 유리합니다. 공장 창고에 오래 두면 상태가 나빠집니다.
- 서면 합의. 정산 금액과 반환 일정, 잔여 채권채무 관계를 한 장으로 정리해 양쪽이 서명해 두세요.
9. 불가항력이 아닌데 불가항력이라고 할 때
상담에서 실제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상황입니다. 진짜 재해가 난 경우보다, 다른 이유로 늦어진 것을 불가항력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장 입장에서는 지연손해금을 피하고 우리를 조용히 만들 수 있는 편리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 공장이 하는 말 | 실제로 의심되는 상황 | 확인 방법 |
|---|---|---|
| "지역 정전 조치로 라인이 멈췄습니다" | 다른 오더를 먼저 돌리느라 밀림 | 같은 지역 다른 공장에 견적 문의해 가동 여부 확인 |
| "원자재를 구할 수 없습니다" | 단가가 올라 만들면 손해 | 해당 원자재 시세와 재고 상황을 별도 조회 |
| "코로나 관련 조치로 인력이 부족합니다" | 단순 이직·성수기 인력난 | 현행 방역 조치 공고 실재 여부 확인 |
| "협력업체 문제라 어쩔 수 없습니다" | 협력업체에 대금을 못 줘 공급 중단 | 협력업체 측 사유의 성격을 서면으로 요구 |
| "태풍으로 항만이 막혔습니다" | 부킹을 못 잡았거나 선적 준비 미비 | 선사 공지와 해당 항만 운영 현황 조회 |
| "정부 점검으로 공장이 폐쇄됐습니다" | 환경 규제 위반에 따른 행정 처분 | 처분 사유 확인 — 위반은 회피 가능 사정 |
맨 아래 줄이 판단이 갈리기 쉬운 경우입니다. 정부가 공장 문을 닫게 한 건 맞지만, 그 원인이 배출 기준 위반이라면 성격이 다릅니다. 규정을 지켰으면 안 닫혔을 일이니 회피 가능한 사정입니다. 그래서 "정부 조치"라는 말만 듣고 물러서지 마시고, 조치의 원인을 물어보셔야 합니다.
확인할 때 쓰는 세 가지 질문
대놓고 의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차피 진짜 불가항력이면 공장이 답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해당 조치의 공고문이나 공식 자료를 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도 바이어에게 설명해야 해서요." 이유를 붙이면 요구가 자연스러워집니다. 진짜라면 지방정부 공고문 사진 한 장이면 끝나고, 가짜라면 여기서 말이 흐려집니다.
- "영향을 줄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검토하셨는지 알려 주시면 저희도 같이 찾아보겠습니다." 완화 의무를 묻는 질문인데 협조의 형태로 나갑니다. 아무것도 안 했다면 답이 짧아집니다.
- "복구 예정일과 그 이후 저희 물량의 라인 배정 일정을 알려 주세요." 이 질문에 구체적인 날짜가 나오면 상황이 파악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계속 "곧"이라고만 하면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0. 자주 하는 실수
불가항력 관련 상담에서 반복해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을 아예 안 넣고 준거법만 중국법으로 둔 경우
- 사유를 열거만 하고 배제 항목(원자재 급등·환율·자금난)을 안 적은 경우
- 통지 기한을 "지체 없이"로만 써서 며칠이 지체인지 다투게 된 경우
- 통지 지연에 대한 효과 조항이 없어 늦게 알려도 불이익이 없는 경우
- 완화 의무 조항이 없어 공장이 아무 시도도 안 했는데 따질 근거가 없는 경우
- 기간 상한과 해지권을 안 넣어 무한정 기다리게 된 경우
- 해지 시 선금 반환 기한을 안 적어 반환이 몇 달씩 밀린 경우
- CCPIT 증명서를 면책 결정문으로 오해하고 그대로 수용한 경우
- 증명서상 사건 기간과 공장이 주장하는 지연 기간을 대조하지 않은 경우
- 항공 전환 차액 분담 기준이 없어 전액을 우리가 떠안은 경우
- 불가항력 기간에 도래하는 지급 기일 순연 조항을 빼먹은 경우
- 재공품 실사 없이 공장이 부른 정산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
- 금형·사급 자재 위치를 정산 전에 확인해 두지 않은 경우
- 같은 지역 다른 공장 가동 여부를 확인해 보지 않고 설명을 믿은 경우
- 구두나 위챗으로만 협의하고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은 경우
11. 불가항력 대응 체크리스트
계약서를 쓸 때
- 불가항력 정의에 포함 사유와 배제 사유를 함께 적었다
- 원자재 급등·환율·자금난을 배제 목록에 명시했다
- 통지 기한을 영업일 단위 숫자로 적었다
- 통지 방식과 수신 주소를 사람이 아닌 주소로 지정했다
- 공적 증빙 제출 의무와 제출 기한을 넣었다
- 통지가 늦으면 확대된 손해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 완화 의무와 조치 내용의 서면 설명 의무를 넣었다
- 30일·60일 같은 기간 상한과 해지권을 설정했다
- 해지 시 선금 반환 기한과 공제 기준을 적었다
- 재공품·원자재의 인도 청구권을 넣었다
- 불가항력 기간 중 도래하는 지급 기일 순연 조항을 넣었다
- 항공 전환 등 대체 운송 비용의 분담 기준을 정했다
통보를 받은 직후
- 통지가 계약상 기한과 방식을 지켰는지 확인했다
- 제출된 증빙이 공적 자료인지 공장 자체 문서인지 구분했다
- 증빙상 사건 기간과 주장하는 지연 기간을 대조했다
- 증빙에 적힌 지역과 공장 소재지가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 같은 지역 다른 공장의 가동 여부를 확인했다
- 공장이 취한 완화 조치를 서면으로 요구했다
- 진행 중인 물량의 공정별 현황을 사진으로 받았다
대응 방향을 정할 때
- 부분 선적으로 급한 물량만 먼저 받을 수 있는지 검토했다
- 대체 공장 견적과 리드타임을 확보해 비교했다
- 항공 전환 시 추가 비용과 분담 방식을 협의했다
- 바이어·거래처에 지연 가능성을 미리 고지했다
- 기간 상한 도달 시점을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 합의된 수정 납기를 서면으로 확정했다
해지나 정산으로 갈 때
- 재공품 수량과 상태를 실사하거나 영상으로 확인했다
- 전용 원자재와 공용 재고를 구분해 공제 범위를 좁혔다
- 공제 근거로 자재 구매 영수증을 요구했다
- 금형·사급 자재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했다
- 완성된 물량을 먼저 선적받을 수 있는지 검토했다
- 정산 금액과 반환 일정을 서면 합의서로 남겼다
마무리 - 조항은 사고가 나기 전에만 쓸 수 있습니다
불가항력 조항을 손보자고 하면 대개 이런 반응이 돌아옵니다. 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냐고. 맞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발주는 태풍도 정전도 없이 무사히 끝납니다.
그런데 이 조항의 값은 발동 빈도가 아니라 발동했을 때의 금액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시즌 물량 하나가 3주 밀려서 판매 기회를 통째로 날리면 그 건의 손해가 몇 년치 계약서 정비 비용을 넘습니다. 보험료와 성격이 같습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미리 내 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에는 시점의 제약이 하나 더 있습니다. 태풍이 온 다음 날에는 문구를 고칠 수 없습니다. 그때 공장은 이미 유리한 자리에 서 있고, 우리가 아쉬운 쪽입니다. 조항은 아무 일도 없을 때, 서로 기분 좋게 계약서를 주고받는 시점에만 손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권해 드리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지금 쓰고 계신 계약서를 열어서 불가항력 조항을 찾아보세요. 없다면 그게 가장 큰 발견입니다. 있다면 통지 기한이 숫자로 적혀 있는지, 완화 의무가 들어 있는지, 기간 상한과 해지권이 있는지, 선금 반환 기한이 명시돼 있는지 네 가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 넷 중 둘 이상이 비어 있는 계약서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린프로그서울은 중국 공장과의 계약서 조항 검토와 불가항력·납기 지연 상황의 실무 대응을 함께 지원합니다. 이미 지연 통보를 받으신 상태라면 증빙 검토와 협상 방향 정리부터, 아직 계약 전이라면 조항 설계 단계부터 같이 봐 드립니다.
공장이 불가항력을 통보해 왔나요?
증빙 검토와 지연 기간 타당성 판단부터 조항 설계, 정산·해지 협상까지
손해가 커지기 전 단계에서 잡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