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선금 50%를 요구합니다
중국 공장 결제조건 협상 - T/T 선금 비율, 잔금 타이밍, L/C를 꺼낼 시점, 위험 신호와 조건을 낮추는 순서
안녕하세요, 그린프로그서울입니다.
견적이 오고 샘플도 통과했습니다. 이제 발주만 남았는데 공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50% 선금 주시면 바로 생산 들어갑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잠깐 멈추십니다. 30%라고 들었는데 왜 50%일까. 이건 정상일까, 아니면 뭔가 이상한 신호일까. 깎아 달라고 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러다 결국 "다들 그렇게 한다니까" 하고 송금 버튼을 누릅니다.
오늘 다룰 게 이 지점입니다. 결제조건은 견적 뒤에 따라붙는 사무 절차가 아니라, 단가만큼이나 협상 대상인 항목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는 단가 3% 깎는 것보다 선금 비율 20%p를 낮추는 쪽이 회사 현금 흐름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선 글에서 29편으로 국제 송금 수단 자체를, 91편으로 알리바바 무역보증 제도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결이 다릅니다. 어떤 수단으로 보낼지가 아니라, 얼마를 언제 보낼지를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주제입니다.
결제조건 협상에서 수입자가 가장 자주 손해 보는 대목은 비율 그 자체가 아닙니다. 비율만 보고 시점을 안 보는 것입니다. 같은 30/70이라도 잔금을 선적 전에 내느냐 B/L 사본을 받고 내느냐에 따라, 사고가 터졌을 때 손에 쥐고 있는 카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1. 결제조건이 사실은 누가 위험을 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선금 비율을 놓고 밀고 당기는 건 결국 한 가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거래가 틀어졌을 때 누가 돈을 잃느냐.
선금을 많이 보낼수록 위험은 우리 쪽으로 옵니다. 공장이 생산을 안 하거나, 품질이 엉망이거나, 연락이 끊기면 이미 보낸 돈은 회수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선금이 적으면 공장이 위험을 집니다. 원자재를 사서 물건을 다 만들었는데 수입자가 잔금을 안 내고 잠적하면 공장은 그 재고를 떠안습니다. 특히 우리 로고가 박힌 OEM 제품은 다른 데 팔 수도 없습니다.
이 구조를 먼저 이해하면 협상의 언어가 달라집니다. "선금 좀 깎아 주세요"는 부탁이지만, "우리 쪽 위험을 줄이는 대신 공장 위험을 이렇게 메워 드리겠습니다"는 거래입니다. 공장이 받아들일 만한 말은 후자 쪽입니다.
| 선금 비율 | 수입자 위험 | 공장 위험 | 보통 이런 상황 |
|---|---|---|---|
| 100% | 매우 높음 | 없음 | 초소액 샘플, 또는 피해야 할 신호 |
| 50/50 | 높음 | 낮음 | 첫 거래, 소액, 커스텀 제품 |
| 30/70 | 보통 | 보통 | 업계에서 가장 흔한 기본값 |
| 20/80 | 낮음 | 다소 높음 | 거래 이력이 쌓인 뒤 |
| 0/100 (선적 후 결제) | 매우 낮음 | 높음 | 장기 거래, 대형 바이어 |
가운데 줄이 기준선입니다. 30/70이 중국 제조업에서 사실상의 표준이고, 여기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느냐가 협상의 출발점입니다.
2. T/T 30/70과 50/50은 어디서 갈리나
공장이 50%를 부르는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근거 없는 욕심일 때도 있지만, 정당한 이유일 때가 더 많습니다. 어느 쪽인지 구분하는 게 먼저입니다.
공장이 선금을 올려 부르는 진짜 이유
| 이유 | 공장 입장 | 협상 가능성 |
|---|---|---|
| 첫 거래라 우리를 모름 | 잔금 떼일 위험을 가격표에 못 넣음 | 높음 — 다른 담보로 대체 가능 |
| 원자재를 선지급으로 사야 함 | 금속·특수 원단은 공장도 선금을 냄 | 중간 — 원자재비만큼은 인정할 만함 |
| 커스텀 제품이라 전용 가능성 없음 | 취소되면 재고가 그대로 손실 | 중간 — 취소 위약 조항으로 대체 |
| MOQ 미달 소량 주문 | 관리 비용 대비 수익이 작음 | 낮음 — 물량을 키우는 게 빠름 |
| 금형·개발비가 걸려 있음 | 초기 투자 회수가 불확실 | 중간 — 금형비를 분리해 처리 |
| 공장 자금 사정이 나쁨 | 당장 돌릴 현금이 필요 | 주의 신호 — 따로 확인 필요 |
맨 아래 줄을 특히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앞의 다섯 가지는 협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지만, 마지막은 성격이 다릅니다. 공장이 자금난 때문에 선금을 요구하는 거라면, 그 선금은 우리 물건을 만드는 데 안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 주문의 구멍을 메우는 데 들어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기준을 잡는 법
공장 말만 듣고 정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상황에서 감당 가능한 선을 먼저 잡아 두시면 협상이 편해집니다. 판단에 쓰는 기준은 대개 이 정도입니다.
- 이 돈을 잃어도 회사가 버티는가. 선금은 최악의 경우 그대로 날아갑니다. 감당 못 할 금액이면 비율이 아니라 발주 규모를 조정하는 게 맞습니다.
- 제품이 범용인가 전용인가. 우리 로고가 없는 범용 제품이면 공장 위험이 낮으니 선금을 낮춰 부를 명분이 있습니다.
- 생산 기간이 얼마나 긴가. 45일짜리 생산이면 선금이 묶이는 기간도 그만큼입니다. 자금 회전이 빡빡하면 비율보다 이 부분이 더 아픕니다.
- 대체 공장이 있는가. 이 공장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면 협상력이 약합니다. 견적을 두세 곳에서 받아 둔 상태와 한 곳만 보고 있는 상태는 다릅니다.
3. 비율보다 시점이 중요한 이유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많은 분들이 30이냐 50이냐에만 신경 쓰다가 잔금을 언제 내는지를 놓칩니다.
"30% 선금, 70% 잔금"이라는 한 줄에는 사실 빠진 정보가 있습니다. 잔금을 정확히 어느 시점에 내는지가 안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쓰이는 시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 잔금 지급 시점 | 무엇을 확인하고 내나 | 수입자 안전도 | 공장 수용도 |
|---|---|---|---|
| 생산 완료 통보 시 | 공장 말 외에 없음 | 낮음 | 높음 |
| 검사 합격 후, 선적 전 | 검사 리포트 | 중간 | 높음 |
| B/L 사본 수령 후 | 실제 선적 여부 | 높음 | 중간 |
| 원본 서류 수령 후 | 서류 일체 | 매우 높음 | 낮음 |
실무에서 가장 균형이 좋은 자리는 세 번째, B/L 사본을 받고 잔금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물건이 실제로 배에 실린 걸 확인한 뒤에 돈이 나가고, 공장은 원본 서류를 쥐고 있어서 잔금을 못 받으면 우리가 화물을 찾지 못합니다. 양쪽 위험이 어느 정도 맞물립니다.
검사를 결제 조건에 묶어 두기
잔금 시점을 선적 전으로 하되 검사 합격을 조건으로 다는 방식도 많이 씁니다. 이때 문구가 중요합니다. "검사 후 잔금 지급"이라고만 쓰면 누가 검사하고 무엇이 합격인지가 비어 있습니다.
합격 판정 주체와 기준을 함께 적어야 실제로 작동합니다. 제3자 검사기관을 쓴다면 기관명과 검사 기준(AQL 수준 등)까지 들어가야 하고, 이 부분은 103편 품질보증협약서에서 정리한 내용과 맞물려 움직입니다. 품질 기준과 결제 조건이 따로 놀면 불합격이 나와도 돈을 멈출 근거가 약해집니다.
4. 선금을 실제로 낮추는 카드들
"30%로 해 주세요"만 반복하면 잘 안 됩니다. 공장이 지는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메워 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통하는 카드가 몇 가지 있습니다.
물량과 반복성을 내주는 방식
가장 잘 통하는 카드입니다. 공장이 원하는 건 결국 안정적인 오더이기 때문에, 연간 물량이나 반복 발주 계획을 보여 주면 선금 비율을 깎을 명분이 생깁니다.
다만 지키지 못할 숫자를 던지면 다음 협상에서 신뢰를 잃습니다. 연 4회 발주를 실제로 할 계획이면 그걸 말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이번 건이 잘되면 분기 단위로 이어 갈 계획"이라고 조건부로 말씀하시는 게 낫습니다.
금형비와 제품 대금을 분리하기
금형이나 개발비가 걸린 건이면 여기서 조정할 여지가 큽니다. 공장 입장에서 초기 투자 부담이 선금 요구의 핵심인 경우가 많은데, 금형비는 별도로 100% 먼저 내고 제품 대금은 30/70으로 가는 방식이면 양쪽이 받아들일 만합니다.
금형비를 냈다면 소유권 조항을 함께 넣으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돈은 냈는데 금형이 공장 자산으로 남아 있으면 나중에 공장을 옮길 때 문제가 됩니다.
지급 구간을 잘게 쪼개기
30/70이나 50/50처럼 두 번에 끊지 않고 세 번으로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 발주 시, 30% 생산 중간 검사 통과 시, 50% B/L 사본 수령 시 같은 구조입니다.
공장 입장에서는 총액 중 절반을 선적 전에 받으니 50/50과 비슷하게 느껴지고, 우리 입장에서는 초기 노출이 20%로 줄고 중간에 생산 상태를 확인하는 관문이 하나 생깁니다. 첫 거래에서 50%를 요구받았을 때 꺼내 볼 만한 대안입니다.
단가를 조금 얹어 주는 방식
선금을 낮추는 대신 단가를 1~2% 올려 주는 거래도 성립합니다. 공장은 자금 부담을 가격으로 보상받고, 우리는 현금이 묶이는 기간을 줄입니다.
이게 이득인지는 계산해 보시면 금방 나옵니다. 발주액 1억 원 기준으로 선금이 50%에서 30%로 내려가면 2,000만 원이 60일가량 덜 묶입니다. 그 대가로 단가를 1% 올리면 100만 원입니다. 자금이 빡빡한 회사라면 충분히 남는 장사입니다. 반대로 현금이 넉넉하면 굳이 할 이유가 없습니다.
5. L/C는 언제 꺼낼 만한가
신용장 이야기가 나오면 "어렵고 비싸다"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 수입자는 T/T로 해결합니다. 다만 어떤 구간에서는 L/C가 확실히 낫습니다.
L/C가 T/T와 다른 지점
T/T는 우리가 공장을 믿고 돈을 보내는 구조입니다. L/C는 은행이 사이에 들어와서 약속한 서류가 제출되면 은행이 대금을 지급한다고 보증하는 구조입니다. 공장은 은행 보증을 받으니 선금 없이도 생산에 들어갈 수 있고, 우리는 서류 조건이 안 맞으면 돈이 나가지 않습니다.
| 구분 | T/T | L/C |
|---|---|---|
| 선금 필요 | 대개 필요 | 보통 불필요 |
| 지급 보증 | 없음 | 개설 은행이 보증 |
| 비용 | 송금 수수료 수준 | 개설·통지·네고 수수료 등 누적 |
| 절차 부담 | 가벼움 | 서류 조건 관리가 까다로움 |
| 소요 시간 | 당일~며칠 | 개설과 서류 심사에 시간 소요 |
| 분쟁 시 | 직접 다퉈야 함 | 서류 불일치 여부로 판가름 |
| 적합 구간 | 소액·중액, 아는 거래처 | 고액, 첫 거래, 장기 생산 |
비용 줄을 보시면 왜 소액 거래에서 L/C를 안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수료가 금액에 비례하지 않고 건당으로도 붙기 때문에, 발주액이 작을수록 비용 비중이 커집니다. 반대로 금액이 커지면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선금 없이 간다는 이점이 훨씬 커집니다.
L/C를 검토해 볼 만한 상황
- 발주액이 크고 선금 비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부담이 과한 경우. 선금 30%가 수천만 원 단위로 올라가면 T/T의 위험 노출이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 처음 거래하는 공장인데 금액이 큰 경우.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신뢰를 은행이 대신 세워 줍니다.
- 생산 기간이 길어 자금이 오래 묶이는 경우. 개설 시점에는 돈이 나가지 않으니 자금 회전에 여유가 생깁니다.
- 공장이 L/C 거래에 익숙한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은 L/C 경험이 있고 오히려 선호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작은 회사가 L/C로 바로 넘어가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중간 단계로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T/T를 유지하면서 첫 거래 한두 건만 L/C로 해 보는 것입니다. 은행 절차를 한 번 겪어 두면 다음에 큰 건이 왔을 때 판단이 빨라집니다.
6. 알리바바 무역보증과 자체 계약이 겹칠 때
알리바바에서 찾은 공장이라면 무역보증(Trade Assurance)이 함께 따라옵니다. 제도 자체는 91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여기서는 결제조건 협상과 겹치는 부분만 보겠습니다.
무역보증은 플랫폼 안에서 주문과 결제를 진행할 때 작동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플랫폼이 중재하고 일정 범위에서 환불을 지원합니다. 실무에서 이게 애매해지는 지점이 두 군데 있습니다.
플랫폼 밖으로 나가자는 제안
거래가 몇 번 이어지면 공장이 이런 말을 꺼냅니다. "다음부터는 알리바바 수수료 빼고 직접 거래하시죠. 단가 조금 더 깎아 드리겠습니다."
실제로 단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고, 오래 거래한 공장이라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순간 플랫폼 중재라는 안전망이 사라진다는 걸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갈 때는 계약서와 결제조건을 그 전보다 더 촘촘하게 잡는 게 맞습니다. 안전망을 걷어냈으면 다른 장치를 채워야 하니까요.
보증 범위와 실제 손해의 차이
무역보증이 있으니 안심이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분쟁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증은 주문서에 적힌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주문서에 품질 기준이 구체적으로 안 적혀 있으면 품질 분쟁에서 기댈 근거가 약합니다.
그래서 무역보증을 쓰더라도 주문 내용에 스펙과 검사 기준을 명확히 적어 두시는 게 좋습니다. 보증은 우리가 적어 둔 것을 지켜 주는 장치이지, 안 적어 둔 것까지 알아서 채워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7. 여기서 멈춰야 하는 신호들
협상이 아니라 경고로 읽어야 하는 요구들이 있습니다. 하나만 있어도 한 번 더 확인하실 만하고, 두세 개가 겹치면 거래를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 신호 | 공장이 대는 이유 | 실제로 의심되는 것 |
|---|---|---|
| 100% 선불을 고집함 | "소액이라 절차가 번거롭다" | 생산 능력 부족, 또는 애초에 공장이 아님 |
| 재주문에도 조건을 안 낮춤 | "회사 규정" | 우리를 장기 거래처로 안 봄 |
| 갑자기 계좌를 바꿔 달라고 함 | "세무 문제로 법인이 바뀌었다" | 이메일 해킹 사기 가능성 |
| 개인 계좌로 보내라고 함 | "회사 계좌가 막혔다" | 자금난, 또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 |
| 계약 후 선금 비율을 올려 달라고 함 | "원자재가 올랐다" | 자금 사정 악화 |
| 서류 없이 송금부터 요구함 | "라인 일정이 급하다" | 압박으로 검토 시간을 뺏는 수법 |
| 제3국 계좌로 요구함 | "홍콩 법인으로 받는다" | 확인 없이 응하면 회수가 매우 어려움 |
세 번째 줄은 별도로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계좌 변경 통보는 중국 소싱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금전 사고 유형입니다.
8. 거래가 쌓이면 조건도 옮겨 가야 합니다
처음에 50/50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3년 뒤에도 50/50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바꾸자는 말을 안 꺼내서 몇 년째 같은 조건으로 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공장이 먼저 낮춰 주겠다고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언제 말을 꺼내는 게 좋은가
타이밍이 결과를 꽤 좌우합니다. 좋은 자리가 몇 군데 있습니다.
- 재주문을 넣기 직전. 공장이 오더를 기다리는 시점이라 협상력이 우리 쪽에 있습니다.
- 발주 규모를 키울 때. "물량을 두 배로 올리려 하는데 조건도 같이 조정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묶음입니다.
- 연간 계약을 갱신할 때. 단가 협상 테이블에 결제조건을 함께 올리세요.
- 비수기. 라인이 비는 시기에는 공장이 유연해집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때도 분명합니다. 납기가 급한 건을 맡겨 놓은 상태, 품질 문제로 실랑이 중인 상태, 성수기로 공장 라인이 꽉 찬 시점에는 꺼내지 마세요. 협상력이 우리에게 없는 자리입니다.
한 번에 크게 말고 단계적으로
50/50에서 갑자기 20/80을 요구하면 대개 거절당합니다. 실무에서 통하는 건 한 계단씩 옮기는 방식입니다.
| 거래 단계 | 현실적인 목표 | 근거로 쓸 것 |
|---|---|---|
| 1차 발주 | 50/50 또는 40/60 | 서로 모르는 상태이므로 수용 |
| 2~3차 | 30/70 | 결제 이력이 깨끗함, 반복 발주 의사 |
| 4차 이후 | 30/70 + 잔금 시점을 B/L 사본 후로 | 비율 대신 시점을 옮기는 협상 |
| 연 단위 거래 | 20/80 또는 구간 분할 | 연간 물량 약정 |
| 장기 파트너 | 선적 후 결제 일부 도입 | 수년간 누적 실적 |
셋째 줄이 실무에서 특히 쓸모 있습니다. 비율을 더 못 내리겠다는 공장도 잔금 시점을 옮기는 데에는 동의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공장 입장에서 받는 금액은 같고 시차만 며칠 생기는 반면, 우리는 선적 확인이라는 안전장치를 얻습니다. 비율 협상이 막혔을 때 이쪽으로 방향을 트시면 됩니다.
9. 자주 하는 실수
결제조건 상담에서 반복해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 선금 비율만 협상하고 잔금 시점은 공장이 정하는 대로 두는 경우
- "검사 후 잔금"이라고만 쓰고 검사 주체와 합격 기준을 안 적는 경우
- 금형비를 제품 대금에 섞어 놓아 선금 비율이 부풀려지는 경우
- 재주문이 여러 번 쌓였는데 조건 재협상을 한 번도 안 해 본 경우
- 단가 1% 깎으려고 몇 주를 쓰면서 선금 20%p는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
- 계좌 변경 통보를 메일로만 확인하고 송금해 사고가 나는 경우
- 무역보증이 있다는 이유로 주문서에 스펙을 대충 적는 경우
- 플랫폼 밖으로 나가면서 계약서는 그대로 두는 경우
- L/C를 품질 보증 장치로 오해해 검사 조건을 안 거는 경우
- 납기가 급한 시점에 조건 협상을 꺼내 협상력을 스스로 버리는 경우
- 선금을 보내고 원자재 입고 사진조차 요구하지 않는 경우
- 취소 시 선금 처리 방식을 계약에 안 적어 분쟁이 되는 경우
- 결제 이력을 기록해 두지 않아 협상에서 쓸 근거가 없는 경우
- 공장이 자금난으로 선금을 요구하는 상황을 단순 관행으로 넘기는 경우
10. 결제조건 협상 체크리스트
협상에 들어가기 전
- 최악의 경우 잃어도 되는 선금 한도를 금액으로 정했다
- 생산 기간을 확인하고 자금이 묶이는 기간을 계산했다
- 대체 가능한 공장 견적을 최소 한 곳 이상 확보했다
- 제품이 범용인지 전용인지에 따라 공장 위험 수준을 판단했다
- 금형·개발비가 있다면 제품 대금과 분리해 계산했다
조건을 정할 때
- 공장이 선금을 높게 부르는 이유를 직접 물어 확인했다
- 선금 비율과 함께 잔금 지급 시점을 명시했다
- 잔금 시점에 기한(예: B/L 사본 수령 후 3영업일)을 붙였다
- 검사를 조건으로 걸었다면 검사 주체와 합격 기준을 적었다
- 중간 지급이 있다면 확인 가능한 근거를 기준으로 삼았다
- 주문 취소 시 선금 처리 방식을 계약에 넣었다
- 금형비를 냈다면 소유권 조항을 함께 넣었다
송금 전
- 수취인 명의가 계약서상 공장명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 계좌 정보가 이전 거래와 동일한지 대조했다
- 변경 사항이 있다면 메일이 아닌 경로로 직접 확인했다
- 개인 계좌·제3국 계좌 요구가 아닌지 점검했다
- 송금 증빙과 인보이스를 발주 건별로 함께 보관했다
거래가 쌓인 뒤
- 지난 발주의 결제 이력(지급일·지연 여부)을 정리해 두었다
- 재주문 직전이나 물량 증대 시점에 조건 재협상을 시도했다
- 비율 협상이 막히면 잔금 시점 이동으로 방향을 바꿨다
- 연간 물량을 약정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 L/C가 유리해지는 금액 구간에 들어섰는지 확인했다
마무리 - 단가표에 안 적히는 비용
소싱 상담을 하다 보면 단가에는 몇 주를 쓰면서 결제조건은 공장이 부르는 대로 받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단가는 숫자로 바로 보이는데 결제조건은 눈에 안 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금 50%를 60일간 묶어 두는 일은 회사 입장에서 분명한 비용입니다. 그 돈으로 다른 발주를 넣을 수도 있었고, 대출을 덜 쓸 수도 있었습니다. 단가표에 안 적힐 뿐이지 실제로 나가는 비용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제조건은 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쥐고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도 합니다. 품질이 엉망으로 나왔을 때 아직 잔금 70%가 남아 있는 상황과 이미 전액을 보낸 상황은, 같은 사고라도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협상력은 대개 아직 내지 않은 돈에서 나옵니다.
처음부터 좋은 조건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첫 거래에서 50/50을 받아들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르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결제를 제때 해 온 기록을 쌓고, 재주문 직전에 한 번씩 말을 꺼내고, 비율이 막히면 시점을 옮기는 식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시면 됩니다. 몇 년 뒤에 돌아보면 그 차이가 꽤 큽니다.
그린프로그서울은 중국 공장과의 발주·결제 조건 설계와 계약 조항 정비, 송금 전 리스크 점검을 함께 지원합니다. 특히 첫 거래에서 조건을 어디까지 밀어볼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실 때, 공장 상황과 제품 특성을 같이 보고 현실적인 선을 잡아 드립니다.
공장이 부른 선금, 그대로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선금 비율과 잔금 시점 설계부터 계약 조항 정비, 송금 전 계좌 검증까지
돈이 나가기 전 단계에서 잡아 드립니다